Change our mind with 기업시민

포스코그룹은 7월 24일 개최된 “기업시민 DAY”에서 그동안 포스코그룹이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기업가치 극대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동참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성과 및 발전방향에 대하여 공유했습니다.  이 날 진행된 특별포럼 세션에서는 ‘Change Our Mind With 기업시민’을 주제로 Business, Society, People 분과별로 지난 5년간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염재호 총장(태재대), 곽수근 명예교수(서울대), 송호근 석좌교수(한림대), 문형구 명예교수(고려대)

 

염재호 총장

지난 5년간 포스코에서 기업시민이라는 개념을 통해 지역사회에 임팩트를 줬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을 뿐만 아니라, ESG 경영의 실천을 넘어서 기업이 시민으로서 책임과 역할 그리고 권한을 발휘하는 ‘문명사적인 대전환’을 시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윌리엄 바넷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20세기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인해 나타난 환경 문제들을 21세기에 풀어야 됩니다. 지금까지 기업이 대량 생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많은 소비가 가능하도록 해줬다면, 이제는 기업이 책임을 가지고 21세기를 새롭게 변화시켜야 합니다. 기업이 단순히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구성원으로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국가에 법인세를 납부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역할을 충분했다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공헌을 해야 되는 주체로서 기업시민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기업시민으로서 포스코가 지난 5년간 어떤 성과를 얻었고, 앞으로 기업시민의 역할을 어떻게 확대·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지난 5년간 포스코의 기업시민의 역할이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리고 만약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지 않았더라면, 지난 5년 동안 포스코의 경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곽수근 명예교수

5년 전, 저희가 경영이념을 결정할 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과거 50년의 제철보국 정신을 담고, 또 미래 50년을 이끌어갈 경영이념으로서 ‘기업시민’을 선택한 일은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의 핵심은 기업의 미래를 방향을 정하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많은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얻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담 스미스는 “이타적 행위를 통해서 자기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경제적 행위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시민 역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높여줌으로써, 결국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ESG가 유행하고 있으나, 5년 전 포스코가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정할 때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파퓰러한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ESG는 약간 패셔너블한데 비해서, 기업시민 경영은 보다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이념을 가지고 있어도, 이것을 실천할 수 없으면 단순한 구호에 그치고 말것입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사업 전략에 기업시민 이념이 잘 반영되도록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예컨대 포스코홀딩스를 만들면서 미래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에너지를 결합하여 친환경 기업으로서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 3년 정도 시장의 반응이 조금 냉담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 내부에서도 기업시민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극적인 반전은 지난해 포스코가 수해를 입었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이 포스코그룹에 잘 체화되어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지역사회 등 온 국민이 포스코의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는 기업시민이 포스코에 잘 정착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시장 가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습니다. 포스코가 추구하고 있는 소위 장기적 기업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리얼 밸류(Real Value) 경영’이 보다 중요합니다.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포스코의 기업시민에 대한 진정성과 방향성에 대해 시장은 물론이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미래의 꿈을 가진 건강한 기업 포스코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다고 생각합니다.

 

염재호 총장

포스코에서 기업시민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면서, 포스코의 위상이나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고, 다른 기업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지, 나아가 기업시민 경영이념이 ESG를 넘어 기업의 책임과 권한에 대해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송호근 석좌교수

5년 전, 사실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시민적 행보라고 하는 시민적 이미지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때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포스코 임직원의 많은 노력 덕분에 지금은 보편화까지 아니지만 어느정도 일반화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앞서 염총장님과 바넷 교수가 ‘그레잇 트랜스포메이션(Great Transformation)’에 대해 얘기를 했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이걸 별로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레잇 트랜스포메이션은 1920년대에 일어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21세기를 가져온 그레잇 트랜스포메이션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전의 모든 생활양식에 대해 폐기처분을 요청받고 있으며, 새로운 양식으로 전환활 때입니다. 이때 기업시민이라고 하는 컨셉 속에 지금의 새로운 양식에 대한 모색과 길이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이를 탐험 또는 탐색해 왔다는 생각합니다.

요컨대, 20세기는 ‘성장에 기여’하면 세상이 잘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21세기는 ‘성장을 위한 여러가지 요건들에 기여’를 해야 생활양식이 제대로 정착이 된다는 거죠. 20세기의 문법은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전환되었습니다. 즉, ‘과학독주의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과학독주의 시대를 우리가 지금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통제하느냐? 20세기에는 국가, 가족, 공동체가 주역이었습니다. 지금은 공동체가 대부분 다 무너졌으나, 기업이 공동체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공동체를 대체하면서 이제 이 질서가 전반적으로 변했다고 보면, 기업은 기업시민이라고 하는 보편적인 고유명사 속에서 앞으로 일을 찾아내야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5년 동안의 포스코 임직원들의 노력은 어마어마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그러나 이게 ‘가슴 속에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하실 텐데, 사실 의미부여는 여러분들이 앞으로 기업과 가족이 원하는, 기업과 공동체가 원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찾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스스로 찾아야합니다.

결론을 짓자면, 기업시민 경영이념 선포는 역사적인 행보이며, 시대적인 전환의 의미를 포스코가 지난 5년동안 실행했다고 하는 점에서 정말 높이 평가합니다.

 

염재호 총장

게오르규(Gheorghiu)가 쓴 『25시』라는 소설을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잠수함을 탈 때 토끼 한 마리를 데리고 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토끼의 눈이 점점 충혈되고 호흡이 곤란해져서, 이를 통해 산소가 부족함을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지성인들이 잠수함에서의 토끼 역할을 사회에서 한다’고 표현하는데, 포스코가 기업시민의 정신을 먼저 주창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기업이 무슨 역할을 해야 되는가’하는 것을 잠수함의 토끼처럼 먼저 감지하고 반응을 했다고 볼 수 있어, 사회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스코 구성원들은 기업시민 이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재화 했을까요? 지난 5년 간 기업시민의 이념이 내부 구성원들 또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졌고, 또 이런 새로운 이념을 통해 구성원들의 행동이나 역할에 변화된 것이 있는지, 이런 변화가 경영 효과에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형구 명예교수

포스코 내부에서 구성원들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외부에서 들여다보는 평가’를 살펴보면 됩니다. 기업시민 활동과 유사한 개념으로 ESG나 SDGs 등이 있는데, 특히 ESG와 관련된 평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포스코의 경우 외부 평가가 좋은 편이나, 기업시민 활동을 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이 ‘외부에서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자기가 관찰자로서 볼 때 더 행복합니다. 남이 어떻게 우리를 보는 지에 몰두하게 되면 항상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부 평가는 GWP 점수의 변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평가항목 중 ‘기업시민을 얼마나 내재화 했는가’에 대한 점수가 있습니다. 2019년에서 2020년에는 점수가 높아졌으나, 2021년도에 약간 떨어졌습니다. 이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기업시민 활동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활동입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평가도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종의 ‘허니문 이펙트’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2021년도에 오면서 ‘현타’가 오는 겁니다. 기업시민은 참 좋은 생각이고 우리가 꼭 해야하는 것인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하지’ 종잡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점수가 약간 떨어진 겁니다. 저는 현타가 온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타나 반성이 없으면 그냥 루틴하게 하던 일만 하게 되고, 성찰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 결과가 성찰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기업시민 활동을 살펴보면서 파악한 것이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제 포스코 직원들이 ‘시스템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즉, 환경과 이해관계자, 협력사, 고객, 그리고 구성원 모두를 동시에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에서 주장하고 있는 기업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냐에 대해 ‘혁신’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여할 수 있다고 약속한 것이죠. 포스코의 스마트 세이프티 볼, 수출물류 합적, 패각 재활용 사례 등 이 모든 것이 시민단체 또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포스코가 가지고 있는 혁신 능력과 시스템적인 사고와 결합이 되어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 동안 구성원들의 생각 속에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더 확고히 해서 우리의 DNA를 만들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염재호 총장

100년 기업으로서 포스코의 미래를 전망할 때, 앞으로 구성원들이 어떻게 기업시민 정신을 내재화하고 구현해야 할까요?

 

문형구 명예교수

기업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법이나 규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기업시민이 되려면, 시민사회나 정부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 제도 등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시민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죠. 또한 사회적 어젠다가 무엇이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이슈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업시민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이 기업시민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자발성, 일하는 방식의 변화, 상호 배려와 존중, 직원이 행복한 회사, 이러한 키워드에 진정한 의미의 기업시민이 되기 위한 조건이 들어 있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조직행동 분야에서는 ‘조직기반 자긍심’을 뜻하는 OBS(Organizational Based Self-esteem)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포스코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갖게 되는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이것을 높이려면 몇 가지 것들이 필요합니다.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부모님에 대해서는 대단히 둔감하지만, 자식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를 조직 구성원에게 대입한다면, 지금까지 협력회사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기후 변화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해왔는데, 외부의 평가나 요구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하면서, 구성원의 요구에 대해서는 둔감까지는 아니지만 덜 예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즉, ‘심리적 계약’이라는 게 있는데요. 누구나 조직에 들어올 때는 암묵적인 계약을 맺습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하면, 회사가 이런 일을 해줄 것이다’ 이런 계약을 맺는데 그 계약이 파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한,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이란 말이 있는데요. 변심했을 때 폼나게 변명하려고 흔히 하는 말이지만, 여기에 어떠한 진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상이 바뀌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기업시민이라는 철학은, 비전은, 이념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시민을 실현하는 방법과 대상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바뀌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내가 포스코에 입사했을 때 이런 일을 하려고 들어왔는데, 지금 보니까 또 다른 걸 우리가 해결해야 하네’라고 생각하면, 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가 포스코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같이 고민하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시민을 이념으로 직원을 존중하고 희망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50년 신소재의 기업으로서 도약하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염재호 총장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인 소재 산업으로 탈바꿈을 한다든가 그 개념이 나온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기업시민으로서 책임과 고민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기업시민 개념이나 이념이라고 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과 경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아이디어는 무엇입니까?

 

곽수근 명예교수

과거에 우리가 주주가치 중심 경영을 했다면, 이제는 이해관계자 가치 중심의 경영이 중요해졌습니다. 사실 주주가치 중심 경영은 오랫동안 해온 것이고 익숙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주주를 주인이라고 생각을 해서, 미국식 경영에서는 결국 주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으로 생각을 해왔는데, 이러한 주주가치 경영에서 직원이나 협력업체나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비용에 불과하다고 보아,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주가치 중심 경영을 하다 보니, 결국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이제 이해관계자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와 기업 가치를 모두 높이는 것이 진정한 기업의 존재 이유가 되어야 한다고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주가치는 쉽게 인덱스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가치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포스코에서는 이해관계자들에게 돌려주는 가치까지 모두 포함한 리얼 밸류 경영을 개발하고 있는데, 시장에서 우리가 이익을 내는 일들은 쉽게 측정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냐에 대해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이해관계자가 모두 다 동등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해관계자가 더 중요하냐, 예를 들면 종업원의 가치를 얼마나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냐, 아니면 협력업체의 가치를, 지역사회의 가치를 어떻게 높이는 게 중요하냐 등 똑같은 파이를 어디에 얼마만큼 나눠줄 거냐의 문제가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이런 문제들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일한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똑같이 대해야 할 것이냐, 예를 들면 협력업체인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협력업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전략적 파트너인 협력업체와 그렇지 않은 일종의 시장에서 우리가 물건을 사올 수 있는 협력업체는 차이가 있는 겁니다. 내부 구성원인 종업원들의 가치를 얼마나 높여줄 거냐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앞으로 함께 이끌어갈 유능하고 창의적인 종업원들을 유치하고 유지하고 개발해내기 위해서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 우리가 디자인해야 할 경영 시스템은 과거의 경영 시스템하고 달리, 높은 수준의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여태까지 포스코의 조직 문화가 다소 경직되어 있었다고 하면, 앞으로는 보다 유연해져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입니다. 노벨상 수상자 올리버 윌리암스 교수는 “문화가 바뀌는데 백 년부터 천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가 좋은 제도나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문화는 10년, 20년 뒤에도 바뀔 수 있습니다. 포스코는 5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도 이렇게 좋은 기업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20년 더 노력한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이끌어갈 선도적인 친환경 소재 기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염재호 총장

어떻게 보면 이해관계자들을 코스트(cost)로 보는 게 아니라, 더불어 함께 프라핏(profit)을 만들어내는 대상으로 봐야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또 이런 문화가 바뀜으로써 경영의 효과, 또는 기업 이익의 효과도 증대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포스코가 이제는 기업시민으로서 사랑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 크게 보면 시민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와 그렇게 했을 때 기업시민의 이념이 우리 사회나 국제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칠까요?

 

송호근 석좌교수

앞서 언급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이 단어를 강조하고 싶은데요. 결국 ‘공동체’입니다. 기업으로 전환시켜 보면, 임직원들이 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공헌들이 있잖아요. 과거에는 봉사라고 했지만, 저는 공익활동 또는 공헌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다 보면, 기업시민 또는 공동체라고 하는 경험의 귀중한 조각을 계속 갖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의 조각, DNA, 씨앗이 자꾸 뿌려지면서 사회공헌이 이루어지는데요. 공동체적인 경험의 조각, 씨앗들을 마음속에 갖게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씨앗을 갖고 있어야 ‘21세기에 나타난 새로운 폐단들이나 인류의 위협을 방어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제가 아까 과학 독주의 시대에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21세기 과학에 대하여 항복 선언을 하고 싶어요. 도저히 그 양식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테크 기업의 경우 ‘사람들에게 공동체를 만들어 줄 것인가’에 대해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넷 안에서 공동체가 만들어지긴 하겠지만, 그 공동체는 개별화된 공동체이지 사람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갖는 건 아닐 거라고 판단합니다.

또한 ‘공동체적인, 직접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가?’ 저는 개인적으로 안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포스코 안에도 디지털 테크 기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주력 사업인 기업이 아닙니다. 신소재 기업이거나 철강 기업이잖아요. 생활양식의 기반을 깔아놓는 거예요. 환경을 만들어내는 기업이죠. 따라서 조직 내부에 공동체라고 하는 DNA가 각인될 수 있었고,  지난 5년 동안 포스코가 했던 게 바로 그거입니다. 참여, 공여, 촉진이라고 하는 3가지의 통로가 있습니다. 이 통로가 정말 훌륭하게도 ‘기업시민 현장’에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포스코에서는 공동체를 새롭게 21세기 문화에서 살려내고 있다는 거죠.

끝으로, 앞서 말씀드렸던 과학독주 시대에는 진화론적인 선순환이 발생하는 ‘Red Queen’s race(붉은 여왕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겠죠. 그러나 기업시민이라고 하는 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기업시민이야 말로, Red Queen’s race의 격차를 좁혀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염재호 총장

세 분 분과위원장님들께서 지난 5년 동안에 포스코가 해왔던 성과, 그리고 앞으로 포스코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철학적인 관점,  거시적인 관점, 그리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실 포스코를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철강기업으로 이렇게 급성장을 하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20세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효율성이 뛰어난 기업이라고 볼 수 있으나, ESG 경영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음은 물론, 그것을 뛰어넘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문명사적인 전환기에서 하나의 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상기 내용은 2023.07.24 개최된 “포스코 기업시민 DAY” 중 특별포럼 세션 내용을 요약한 것 입니다.